성인야설

아하루전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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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10화 깨어진 행복(2)
병사들이 하베이도 영지의 하나 밖에 없는 마을에 도착했을 때는 어느덧 늦은 저녁시간이었다.
마을광장에는 영주인 라이만을 비롯하여 트루발과 캄포냐까지 한곳에 모여 들었다. 그리고 그들 뒤에는 이곳 하베이도의 수비병들이 그들의 뒤에 도열하고 있었다.
병사들의 진군이 멈추고 그들 앞으로 일단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난 광명과 정의신 펠리온의 사제 이며, 이 지역 부 교구장을 맡고 잇기도한 라디엔이라 하오. 하베이도 영주는 앞으로 나오시오"
라이만이 라디엔의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맞았다.
"보잘 것 없는 미천한 몸이 주의 사자를 맞아 기쁨에 넘치나이다."
라디엔이 고개를 끄덕였다. 라디엔이 탄 말이 몇 번 투레질을 하면서 자꾸 움직였다.
"내가 오늘 이곳에 온 이유는 이곳 하베이도에서 사악한 바쿰을 섬기는 가증한 베다교도가 있다는 증언을 들었다. 너희들 중 베다교도는 속히 나와 참회토록 하라"
라이만이 고개를 들어 라디엔을 쳐다 보았다.
"우리는 모두 신실한 펠리온의 신자들이며 늘 광명과 정의의 이름 아래 살고자 하는 자들입니다. 그런 우리가 어찌 사악한 바쿰을 모시는 베다교도가 될 수 있겠습니까? 그것은 분명 신실한 펠리온의 신도들을 모함하려는 바쿰의 음흉한 흉계일 것입니다."
라디엔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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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쳐라!, 네가 감히 신의 말씀대로 행하는 나를 모욕하고 그분의 행사를 수행하는 신전 감찰단을 방해하려는 게냐? 그러고도 네가 어찌 펠리온의 신자라고 말할수 잇느냐?"
라이만이 고개를 저었다.
"제가 어찌 사제님을 노욕할 수 잇으며, 신전 감찰단의 행사를 방해할수 있겠스니까? 오직 저는 진실만을 이야기하고자 할 뿐입니다."
라디엔이 라이만을 노려보았다.
"닥치라고 했다! 이제 보니 너희들은 모두 바쿰의 사주에 빠져 정의를 미워하고 악을 숭배하는 무리들임에 틀림없다. 내 정의와 광명의 신인 펠리온의 이름에 묻고자 하노니 내 너희의 죄를 직접 신께 고하며 너희를 회개케 하여 다시는 바쿰의 손에 너희를 두지 않으리라"
레디안의 말을 끝내고는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병사들이 각기 자신의 무기를 빼어들고는 전투 준비를 갖추었다.
"내 마지막으로 자비를 베푸노니, 모두들 자리에 엎드려 내 주의 정의에 엎드리라. 그리하면 너희가 다시 살거니와 만일 주의 말씀대로 행하는 우리에게 거역한다면 너희는 주께서 낳으신 정의 지팡이와 광명의 창이 너희를 영원히 꿰둟으시리라."
라이만의 수비병들은 레디안의 엄포와 레디안 주위의 병사들의 살벌한 분위기에 감히 어쩌지 못하고 주춤 거렸다.
라이만이 이에 항변하려 무언가 말하려고 할때 뒤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죽어라 이 펠리온의 개!"
라이만과 아들이 황당해 하며 뒤를 바라보자 경비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왠 사내가 칼을 뽑아들고는 소리높여 외치고 있었다.
라디엔이 짐짓 분놘 표정을 지으며 차고 잇던 칼을 뽑아들고는 외쳤다.
"보아라, 저놈들이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고 스스로 바쿰의 종임을 밝혔다. 모두 잡아들여라"
라이만이 급히 외쳤다.
"이건 음모요, 저 사람은 우리 마을 사람이 아니요, 뭐하는가? 속히 저 놈들을 잡아들여라"
하지만 라디엔의 행동은 더욱 재빨랐다.
"이미 네놈들의 행위가 천하에 드러났거늘 이제와 발뺌이냐? 뭐하는가? 속히저들을 잡아들여라. 반항하는 놈들은 그자링[서 참하도록 하라"
라디엔이 다시금 칼을 휘두르며 말하자 병사들이 라이만등에게 달려들었다.
라이만은 이미 사태가 어찌해볼수 없음을 알고는 칼을 뽑아들었다.
"우리의 무죄는 우리 스스로가 증명할 수밖에 없다 모두 칼을 들어 그그로를 변호하라. 펠리온과 아레온이 우리와 함께 하신다."
라이만에 흐트러지던 경비대들이 다시금 제자리를 찾고는 무기를 쥐었다. 그들은 앞으로 달려 들어오는 병사들을 맞아 싸워 나가기 시작했다.
라디엔은 이러한 사태를 보면서 희미하게 웃음을 머금었다. 그는 병사들의 뒤로 물러나더니 곧이어 다시금 큰 소리로 외쳤다.
"네 이놈 라이만, 네 뒤를 보아라"
라이만이 라디엔의 외침에 뒤를 바라보니 어느새 라이만의 모든 가족들뿐 아니라 집안에서 일하던 모든 하인들까지 굵은 줄에 묶여 끌려오고 있었다.
라이만과 트루발, 그리고 캄포냐의 얼굴이 흑색이 되었다.
라이만이 증오에 찬 눈으로 라디엔을 노려 보았다.
"네 이놈 네가 어찌하여 죄없는 여자들까지 어찌 함부로 저렇게 다루느냐?"
라이만의 말에 라디엔이 비웃는 얼굴로 말했다.
"헛소리 집어 치워라. 만일 네가 순순히 항복하지 않는다면 저 뒤에 있는 식구들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서 라이만이 한 손을 휘두르자. 병사들이 라이만의 저택에서 끌어온 사람들을 한쪽에 나란히 무릎 꿇려놓고는 그 중 한명의 목을 쳐버렸다. 피가 삽시간에 다른 사람들에게 튀면서 겁에 질린 여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울부짖었다.
"캬악 살려주세요"
"저희는 죄가 없습니다요"
"살려주세요"
그런 그들의 모습에 라이만과 두 아들 뿐 아니라 경비대의 사기도 많이 떨어졌다. 결국 라이만을 필두로해서 들고 있던 칼을 바닥에 내려 놓자 라이만의 두아들과 경비대들이 손에 쥔 무기를 힘없이 바닥에 떨구었다.
그런 그들에게 병사들이 달려들어 자신이 갖고 있던 무기로 라이만과 경비대를 가차없이 구타하기 시작했다.
라이만은 최대한 몸을 웅크린체 병사들의 군화 발과 몸둥이질을 감내하다 그만 정신을 잃었다.
라이만의 두 아들과 다른 경비대원들도 상정은 비슷한지 모두가 연신 두들겨대는 병사들의 매질을 이기지 못하고 각기 실신하거나 때론 그 자리에서 죽고말았다.
"그만, 한데 모아라"
라디엔이 외치자 그제서야 병사들은 구타를 멈추고는 기절해 의식이 없는 그들을 팔과 다리를 묶은체 광장 한쪽으로 나란히 누여 놓기 시작했다.
저쪽 저택사람들을 포획한 쪽에서 말탄 기사가 한명 다가왔다. 아미란이었다.
그는 바닥에 눕혀져 있는 사람들을 찬찬히 말을 타고 지나면서 바라보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병사들이 어찌나 심하게 두들겼는지 개중에는 제 얼굴의 원 모습을 찾지 못할 정도로 두들겨 맞은 사람도 있었고, 군데 군데 이미 죽어버린 시체들도 같이 있었다.
"어찌 되었소?"
라디엔이 은근한 어투로 아미란에게 물었다. 하지만 아미란은 입술을 지긋이 깨물고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미란의 몸짓에 라디엔 역시 얼굴이 구겨졌다. 라디엔이 병사들에게 다시 명령했다.
"이근방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남녀 노소할 것 없이 모두 잡아들여라. 그리고 각 집집마다 철저히 수색하여 단 한놈도 놓치는 일이 없도록하라"
라디엔의 말에 병사들이 근처의 집들의 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가더니 마구잡이로 사람들을 밖으로 내몰았다. 온갖 비명과 고함 소리가 삽시간에 마을을 덮었다. 집에서 밖으로 쫓겨난 마을 주민들은 광장에 눕혀진 경비대를 보고는 몸을 와들 와들 떨면서 겁에 질렸다.
마을 주민들은 마을 광장의 한쪽으로 모여 무릎 꿇려졌다.
라디엔이 겁에 질린 아이들과 노인들 그리고 여자들이 대부분인 마을 주민들을 힐끔 쳐다보고는 말에서 내려 아미란에게 다가갔다.
"어찌되었습니까?"
라디엔의 말에 아미란이 어두운 안색으로 답했다.
"이미 저택은 수색을 맞쳤소, 하지만 저들 외엔 아무도 없었소"
"혹시 비밀 통로라든가 은신처가 잇는건 아닐까요?"
아미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 생각을 했소, 그래서 일단 저택을 몽땅 부숴서라도 반드시 찾아보라고 지시하고 오는 길이요"
라디엔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여기 모인 자들 중에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나도 그런 한가닥 기대를 가지고 이곳에 온 거요. 만일 놈들이 이곳에도 없다면 우리는 잘듣는 독약을 준비하는게 좋을 거요"
라디엔의 눈빛이 아미란을 따라서 같이 암울해졌다.
"혹시 놈들이 미리 빠져나간 것은 아닐까요?"
"그럴지도. 하지만 이미 근방은 마론 백작 휘하의 4전대가 철통 같이 포위하고 잇소, 그들의 눈을 피해 포위망을 뚫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요"
라디엔이 눈을 돌려 광장을 바라보았다. 이제 광장 안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모여졌다.
"그렇다면 저들에게 알아보는 수 밖에 없군요"
아미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후의 방법이요, 만일 저들에게서도 알아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끝장이오"
라디엔이 입술을 깨물었다.
"만일 저놈들이 모두 죽더라도 그 영혼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알아내고야 말테니 너무 심려 마십시오"
아미란이 그런 라디엔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내 라디엔 부교구장만 믿겠소"
"믿어 주십시오"
라디엔이 자신 잇다는 듯 말하자 아미란이 믿음직스러운 눈으로 라디엔을 다시 한번 쳐다보고는 아직도 마을 주민들을 찾아나서고 있는 병사들에게로 다가갔다.
라디엔은 그중 화려한 갑주를 입고 있는 자에게로 다가갔다.
"벨키시스 자작"
라디엔과 아미란 쪽을 연신 훔쳐보고 있던 갑주의 사내가 얼른 만면에 희색을 띄고 다가왔다.
"부르셨습니까?"
아미란이 약간 차갑게 그를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병사들로 하여금 이곳에서부터 마을 외곽 까지 다시 한번 수색하게 하시오. 집안 구석구석은 물론 헛간, 마굿간, 화장실은 물론 의심가는 곳은 지붕위라도 올라가서 한명도 남김없이 끌고 오시오. 만일 나중에 단 한명이라도 놓쳤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면 경은 물론이고 경의 가족까지 결코 용서받지 못할 것이오"
아미란의 차가운 말투에 벨키시스가 약간 얼었다. 그는 늘 온화하던 아미란의 갑작스럽게 돌변한 태도에 긴장하고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쥐새끼 한 마리도 남김없이 끌고 오겠습니다. 참 만일 반항하는 놈들은 어찌할까요?"
아미란이 한심하다는 듯 벨키시스를 쳐다보았다.
"시체라도 반드시 끌고 오시오"
벨키시스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뒤로 돌아 허리춤에서 칼을 뽑아 높이 휘드르고는 병사들에게 말했다.
"다들 들었겠지? 이곳부터 다시 시작한다. 가증스런 베다교 놈들을 쥐새끼 한 마리 놓치지 말고 잡아들여라."
벨키시스의 말에 병사들이 나직히 투덜거리며 다시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미란은 고작 이런일에도 칼을 뽑아 휘두르는 벨키시스의 모습을 보고는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제길 드러워서"
한 병사가 신경질 적으로 침을 탁 뱉었다.
"누가 아니래나?"
그 옆의 병사가 동조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집안을 철저하게 수색하라는 명령을 받고는 벌써 세 번째 이 집에 다시 들어왔다. 처음에는 있는대로 신경을 곤두세우며 여기저기 찔러보며 다녔지만 지금은 대충 대충 건성 건성 거리며 뭐 돈 될만한 물건이 없는가 하며 다니는 형편이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이 쓸어가서인지 아니면 워낙 없이 살아서인지 제법 돈푼정도 나갈 물건은 여간해서 눈에 띄지 않았다.

"쓰벌, 윗놈은 가만히 있는데 왜 자작놈이 지레 날뗘?"
"그러게나 말일세, 아까 그놈이 칼을 휘두르는거 봤나?"
다른 병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미친놈, 여기가 전쟁터인줄 아나? 고작 가택 수색에 웬 칼을 휘둘러?"
"하여간 그 모시기냐 하는 백작한테 잘보이기 위해 딴에는 용을 쓰는 모양이던데?"
"쓰벌, 그래봐야 어차피 우리에겐 국물도 안떨어질거라구"
병사가 바닥에 기대 안고는 품에서 담배를 꺼냈다.
"카일 자네도 이리와 쉬라고"
병사의 말에 카일이라 불리운 다른 병사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에라 모르겠다는 듯이 바닥에 주저 앉았다.
"아닌게 아니라 새벽부터 설쳐댔더니 조금 피곤하군, 베젝크 자넨 괜찮은가?"
카일이 베젝크가 내민 조잡한 담배를 받아들고는 이렇듯 말하자 베젝크의 안색이 이그러졌다.
"괜찮은게 다 뭔가? 아침도 속보한다고 고작 요기를 때울정도만 먹이고, 점심은 아예 그냥 넘길 모양인데 말일�"
베젝크의 말에 카일이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가게?"
그런 그에게 베젝크가 묻자 카일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뭔가 먹을 것좀 찾아봐야 않겠나?"
그러자 베젝크도 같이 일어났다.
"그럼 나도 같이 찾아봄세"
하지만 순간 카일의 행동이 굳었다. 베젝크가 의아한 듯 카일을 쳐다보자 카일이 손가락을 입에 대어 조용히 시켰다.
카일이 천천히 일어났다. 그리고는 옆에 놓인 창을 꼬나 쥐고는 바닥을 발로 살짝 쳐보았다. 카일이 방안 돌아다니며 이곳 저곳을 발로 두둘기더니 창을 밑으로 푹 찔렀다.
창이 바닥으로 움푹 들어가며 비명소리가 나왔다. 그제서야 깜짝 놀란 베젝크도 얼른 곁에 두었던 창을 쥐고 벌떡 일어났다.
"이리나와"
카일이 낮게 으르릉 거렸다.
"살려주세요"
"나..나갈께요"
바닥의 마루바닥이 잠시 들썩 거리더니 그 구멍에서 쌔까만 얼굴을 한 두명이 나타났다.
겉보기에 아직 어린 소녀와 젊은 여인이었다. 그녀들은 몸을 떨면서 바닥에서 올라왔다.
"제..제발"
젊은 여인이 올라오자 마자 무릎꿇고 사정했다.
카일이 다시 그녀들에게 욱박지르려 할때 베직크가 카일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잠깐 카일"
카일이 자신을 말리는 베직크를 향해 뒤돌아 보았다가 베직크의 눈에서 묘한 광기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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